2024년_갑진년/세상에는요

새벽에 일어나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달라지네요.

솔트리오 2024. 9. 19.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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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새벽에 일어나서...

 

첫 번째. 아이들 보기

 

눈을 뜨고 보니 오전 5시 30분이 조금 안 됐다. 명절 후 피곤은 어디서 왔을까. 특별히 뭔가 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천근만근 팔다리는 침대에 들러붙은 몸을 어떻게 일으켜 세울까. 더 있을까 말까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여러 생각들. 잠시 고민했지만 유혹을 떨치고 일어났다. 내 나이 위치는 30대 후반이다. 젊다고 생각하지만 20대엔 없었던 행동 한 가지가 생겼다. 누워있다가 일어설 때 "읏 차!" 하는 기합이 필요해졌다. 기합을 넣어야 힘이 생기고 번쩍 일어나는 느낌이 든다. 20대에 들었던 선배들의 온갖 기합소리가 들렸다. 후배들 재미있자고 한 게 아니었네요 선배님들...

 

 

 

힘겹게 몸을 일으켜 아이들이 잘 자고 있는지 확인한다. 우선 내 옆에 딱 붙어있는 셋째부터 본다. 이상하게 내가 옆으로 자건 천장을 보고 자건 내 옆에 또는 아내옆에 딱 붙어있는다. 깔아뭉갤까 신경 쓰일 정도다. 다행히 잘 자고 있었고 이불에 쉬를 하지도 않았다. 방수패드가 있어도 워낙 뒹굴러서 이불에 쉬하는 건 아닌가 조마조마했다. 그 걱정도 이젠 필요 없나 보다. 얼마 전부터 둘째는 나와 멀리? 떨어져 잔다. 첫째 형아가 있는 방에 가서 말이다. 첫째는 2층 둘째는 1층. 무서워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잘 잔다. 추석을 지내고 보니 아이들은 설명이 될 만큼 성장해 있었다. 언제 이렇게 컸을까.

 

 

두 번째. 물 마시고 샤워하기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부엌으로 가서 물 한잔 마신다. 새벽에 일어나 마시는 물은 평소 물맛과 스며드는 기운이 다르다. 온몸으로 빠르게 흡수되는 기분인데 게임에서 물약을 먹거나 멋진 아이템을 장착한 것 같은 변화가 느껴진다. 아주 좋다. 수분공급을 마치고  화장실로 가서 가을 같지 않은 가을의 더위를 아침 샤워로 씻어낸다. 본격적인 하루 시작을 위한 시동을 걸었다.

 

 

세 번째. 창 밖 바라보기

 

 

현재까지 우리 집 새벽은 나만의 시간이다. 간혹 귀염둥이들이 새벽에 일어나 마중 인사를 해주지만. 안 그래도 지금 보고 있는 책에서도 일찍 일어나기에 대한 필요성과 이유를 말하고 있다. 변화의 시작은 작은 실천인데 일찍 일어나기 만큼 좋은 게 없다고 생각한다. 글, 영상 또는 조언을 통해 동기부여하기보다 훨씬 큰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장담한다. 해보니 그렇다. 처음 시작은 어제 보다 30분 일찍 일어나기로 시작했다. 새벽 창밖을 내다보거나 샤워한 후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면 이상하고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 처음엔 일찍 일어나기만 해도 그랬다. 조금 하다 보니 알게 됐다. 아침 운동을 하거나 독서 또는 명상 그것도 어려우면 물이나 사과 먹기 등 별것 아니지만 어제와 다른 행동 하나만 해도 설명할 수 없는 짜릿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일이 아니고 자기를 위한 일이다. 처음부터 엄청난 변화를 이루고자 애쓸 필요 없다.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킬 확률만 높이게 된다. 한 방을 위한 베팅은 위험이 너무 크기 때문에 추천하지 않는다.

 

 

네 번째. 책 보기 메모하기

 

 

게으름뱅이가 이런 생각을 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책도 글도 모두 친하지 않았다. '다음에 하자', '내일부터 하자', '오늘 하루쯤이야', '이따가 하면 되지' 등등 핑계를 만들며 하루를 그냥 보냈다. 그랬던 내가 새벽 또는 잠들기 전 보고 싶은 책을 보고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은 곧장 메모를 한다. 어느 정도 습관이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어떤 때는 메모장 가득 무언가 쓰기도 했다. 최근엔 메모장(종이나 스마트폰)에 기록하기보다 블로그에 메모하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 블로그사용이 줄기도 했고 메모장보다 수정하기 좋다는 장점 때문이다. 메모장에 작성하면 컴퓨터에 옮겨서 수정하곤 했는데 블로그에 작성하면 옮겨 적는 과정을 줄일 수 있어서 더 효율적이다.

 

 

 

최근 한 달간 메모들은 감정적인 부분이 많았다. 대부분 답답함을 토로하는 내용이 많았다. 메모를 즐겨하는 이유 중 첫 번째는 내 마음의 답답함을 풀어주는 가장 친절한 상대이기 때문이다. 속상한 일도 있었고 업무적으로 복잡한 내용을 잊어보려 쓰는데 그때마다 느끼지만 후련하다. 며칠 후 읽어보면 제3의 시선에서 나를 볼 수 있는 것 같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할 수 있는 기회도 만들어진다. 이 정도면 메모가 정신건강 관리에 탁월한 처방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내 속마음을 들어줄 상대를 찾을 필요도 없고 하고 싶은 말을 마음대로 해도 다 받아준다. 너무나 격한 감정상태에서는 메모보다는 걷기나 심호흡이 더 우선일 때도 있다.

 

 

새벽에 일어나 잠깐이지만 머리에 맴도는 반복적인 생각을 적어봤다. 지금 안 쓰면 안 쓸 것 같다는 생각에 당장 썼다. 기나긴 명절을 이렇게 매듭지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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