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_계묘년/일상

1월 식단_23일~27일

솔트리오 2023. 1. 31.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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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는 태권도를 좋아하고 즐긴다. 지금은 파랑띠지만 마음만큼은 이미 검은띠인 우리 첫째. 주말엔 집에서 혼자 품세를 하며 노는 시간이 꾀 길어졌다. 형아가 태권도 품세와 기합으로 집안을 떠들썩하게 만들어서 그런지 둘째도 조금씩 따라 하기 시작했다. 삑삑거리는 소리가 귀엽다. 매일같이 집에서 품세를 하면 다른 집에도 피해를 준다고 항상 주의를 주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같은 말은 수 없이 반복하니 얼마나 잘하나 보자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때마침 태권도장에서 학부모 참여 수업을 한다는 안내가 있었다. 저학년과 고학년으로 나누어 두 차례에 걸쳐 참여수업을 한다고 한다. 첫째는 유치부로 오전 시간으로 계획이 잡혀있었다. 태권도장 문 앞에서만 가끔 마중으로 기웃거려을 뿐이지 막상 도장 안으로 들어서니 널찍하고 햇빛도 잘 들어왔다. 훌륭한 공간이고 그 공간이 주는 분위기 만으로도 아이들을 믿고 보낼 수 있겠다는 마음이 확실해졌다.

 

 

관장님의 인사로 수업이 시작됐다. 코로나 영향으로 3년 만에 부모 참여수업을 진행한다고 하셨다. 코로나로 고생한 시간이 어느덧 3년이라니. 많은 사람들이 한 공간 모여 행사를 하는 모습이 나도 반가웠지만 주최하시는 관장님은 얼마나 반가우셨을까. 관장님의 도장 소개와 인사말 그리고 오늘을 위해 노력한 아이들에게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는 말씀으로 참여수업이 시작됐다. 사범님은 띠별로 줄을 세웠다. 맨 앞줄이 검정띠로 시작해서 한 단계식 내려가는 식으로 줄이 세워졌다. 첫째는 우리와 가까운 곳에 있었다. 아주 잘 보였다. 집에선 크다 못해 시끄럽게 들리는 기합소리와 밥을 먹거나 잠들기 전 책을 보는 순간에도 태권도 동작을 하는 첫째가 성실히 배웠는지 직접 볼 수 있어서 기대됐다. 초등학생 형들 옆에 있으니 첫째는 무척이나 작아 보였다.

 

 

준비운동 후 장애물 극복하기부터 시작했다. 생각보다 잘하기도 했고 너무 즐거워 보였다. 다 같이 음악에 맞춰 품새를 하는 모습도 봤다. 여기까지는 참 귀여운 모습이었다. 중반부에 접어들었을 때였다. 품띠 이상의 학생들이 단체로 우르르 나와 분주하게 무언가를 준비하고 대열을 맞췄다. 아내가 말했던 시범단이었다. 확실히 눈빛이 달랐다. 꼼지락 거리던 둘째와 셋째도 집중할 정도로 시범단의 동작은 크고 멋졌다. 그리고 눈앞에서 격파시범을 보는데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할 정도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실내에서 하는 격파시범이기 때문에 나무송판은 사용하지 않았고 스티로폼 송판을 사용했다. 오히려 팡팡 터지는 듯한 소리덕에 절도 있는 시범단 모습에 화려함이 첨가됐다. 긴장감 있던 시범단의 시범이 마무리되고 참여수업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아이들의 격파실력 볼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됐다. 멀리서 봐서 그런지 아이들이 들고 있는 송판마다 서로 다른 모양의 무언가가 새겨져 있었다. 알고 보니 2023년도 아이들의 새해 소망을 써놓은 것이다. 한 사람이 격파를 할 때마다 송판에 쓴 내용을 크게 읽고 격파하는 식이었다. 신기한 건 지금 아이들의 소망이나 약속은 내가 내가 어릴 적에 바라왔던 내용과 비슷했다. 부모가 되면 자식에게 바라는 점은 비슷한가 보다. 공부를 열심히 하고 부모님 말씀을 잘 듣고 온갖 약속들이 쏟아져 나왔다. 한 가지 인상적인 부분이라면 많은 아이들이 공통적으로 쓴 말이 있다. '엄마, 아빠께 짜증을 내지 않겠습니다'였다. 아이들이 많이 짜증 났구나 하는 생각에 웃기기도 하고 안타깝고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스마트폰에서 볼 수 있는 자극적인 매체가 우리 아이들에게 감정의 필터링이 없도록 만든 건가 하는 의심도 들었다.

 

 

끝으로 부모참여 수업답게 부모가 참여하는 행사가 남아있었다. 소정의 상품도 제공된다고 해서 무엇을 하는 건지 잘 살펴보고 참여했다. 간단한 운동을 접목한 놀이였다. 놀이 구성은 이랬다. 윗몸일으키기 20개 + 스펀지 송판 위에 컵 차고 잡기 + 스쾃 후 미트차기 4회 + 송판 격파. 다섯 명이 나와서 3등까지 상품을 주는 놀이였다. 엄마시간, 아빠시간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아내는 잠자는 막내를 안고 있어서 나가지 않았고 나만 참가했다. 나의 등장에 우리 첫째가 너무나 좋아했다. 나도 덩달아 기분 좋아졌다. 윗몸일으키기는 귀염둥이가 내 다릴 잡아줬다. 시작 소리와 함께 과거에 운동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몸을 일으켰다. 내 옆에 계신 분은 덩치도 엄청 크신데 속도도 빨랐다. 그분의 영향을 받았는지 나도 빠르게 하려고 애썼다. 오랜만에 발차기도 하고 스쿼트와 발차기 조합도 마음에 들었다. 노력한 결과 2등으로 게임을 마쳤다. 상품은 와인 한 병. 참가하길 너무 잘했다.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두 시간이 훌쩍 흘렀다. 참여수업 오전타임과 오후타임이 살짝 중복되기까지 했다. 

 

 

신나게 하루를 보냈다. 아이들이 모두 잠들고 아내와 상품으로 받은 와인을 마시며 얘기했다. 첫째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한 가지는 부부의 생각이 동일했다. '첫째가 태권도를 그만 다니겠다고 하면 어떤 이유도 묻지 않고 첫째의 의견을 전적으로 존중한다는 점이다. 태권도뿐만 아니라 다른 부분에 있어서도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첫째가 방에 들어가 스스로 좋아하는 활동을 찾아서 하는 모습을 보면 기특함을 넘어서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그 순간마저도 방해가 되기 때문에 아이가 충분히 집중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한다. 그때는 막내의 접근도 불허한다. 매일 말썽 부리고 싸우는 일상을 겪으면서 미운 정이 많이 들었다. 가끔이지만 천사의 모습, 철든 형아의 모습을 보면서 알게 모르게 첫째에 대한 신뢰가 두터워졌다.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어려운 시기들이 많이 남아있다. 아이 셋을 데리고 마트나 시장에 가면 어느 교과서에 나와있는지 모두들 같은 말씀을 해주신다. '키울 땐 정말 힘들지만 다 키우고 나면 진짜 든든하다'라고 말이다. 하긴 아이 셋을 키우면서 첫 아이 출산을 한 사람들에게 '이제 시작이야'하고 말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한잔의 진한 라테를 떠올리게 한다.

 

 

현실적으로 아이들에게 이것저것 다 시켜주지는 못한다. 대신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지를 남겨준다. 일례로 혼자 노는 방법을 체득하는 방법은 심심함을 느껴보는 것이다. 나의 주도하에 아이와 놀기도 하지만 분명히 스스로 관찰하고 만들어보는 혼자만의 시간이 생긴다. 위험하지 않은 선에서 아이가 스스로 노는 시간이 끝날 때까지 옆에서 기다린다. 세 아이 모두 동일하다. 자신이 좋아서 하는 것에 몰입해 있는 모습을 보면 중간에 끼어들어 칭찬하지 않는다. 그 마저도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그 활동이 끝난 후 칭찬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다.

 

 

 

언제나 좋다

 

이번주의 식단이다. 수요일까지 휴식을 취했기 때문에 이틀분의 식단만 채워져 있다. 이번주 내내 쉬는 사람들이 많았는지 식당도 붐비지 않아서 식사를 여유 있게 즐길 수 있었다. 이번주 생각나는 메뉴는 오징어국이다. 국그룻에 담긴 국물과 건더기의 비율도 좋았고 쫄깃한 오징어가 매콤한 국물을 머금어서 더 맛있었다. 얼큰하면서 시원한 오징어국에 나박 썰기 된 무 또한 일품이었다. 무는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음식계에선 마법 같은 존재다. 찜, 탕, 국, 김치 등등 빠지는 곳이 없다. 국물을 더 맛있게 만들어주는 효과덕인지 오징어국의 보배 같은 식재료였다. 이번 한 주는 짧지만 음식이 주는 즐거움은 길었다. 회사의 격무로 마음이 얼어있지만 식당에서 먹는 밥 한 끼가 조금씩 녹여줬다. 전기, 가스, 식재료비용이 높아졌지만 항상 따듯하고 맛있는 음식을 푸짐하게 먹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이모님, 사장님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태권도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해 봤다. 사실 학부모 참여수업에서 가장 크게 느낀 건 감정표출에 대한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보이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감정표현. 이 부분은 어른 아이구분 없이 모두 연습이 필요한 부분이다. 감정도 작은 부분부터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귀염둥이 고생했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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