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_임인년/일상

시리얼과 세계경제

솔트리오 2022. 9. 30.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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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 없는 아침을 해결하고자 시리얼을 자주 구입했다. 국그릇에 시리얼과 우유만 있으면 되니 어찌나 간편한지. 무엇보다 설거지 거리가 적다는 게 가장 매력적이었다. 아침밥이 최고이긴 하지만 나 또는 아내를 번거롭게 하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평일의 새벽은 온전히 나만의 시간이고 싶었다. 평일은 보통 5시 30분에 일어난다. 일찍 일어나는 이유는 아주 명쾌하다. 출근 후 주차를 하기 위해서다. 회사 주차장은 손님과 높은 분들을 위한 공간뿐이었다. 게다가 회사 주변은 주차공간이 넉넉하지 않다 보니 새벽에 움직이지 않으면 그날은 빙글빙글 돌아야만 한다. 시간낭비, 기름 낭비에 초조함까지 더해지니 불필요한 스트레스만 사들이는 것과 같았다. 이렇게 생활하다 보니 지금은 습관이 되어버렸다. 주말에도 이쯤에 눈이 한번 떠진다.

 

아내와 오늘 뭐 먹지에 대한 생존문제를 논했다. 그러다 시리얼에 대한 현실을 논했다.

 

아내 : 애들 아침마다 시리얼 먹는 게 장난 아냐
본인 : 그렇지 나까지 먹으면 엄청 빠르게 줄어들지. 내가 절제하면서 먹는데 이 정도니까 말 다했지
아내 : 그래~ 시리얼이 생각보다 저렴하지 않다니까. 자기까지 먹으면 한 번에 우유 1리터씩 먹으니까 한 달로 계산하면 만만치 않아. 그리고 쵸코는 자기나 애들이나 한 번만 먹나 두 번은 먹잖아.
본인 : 그렇지 쵸코는 두 번씩 먹어줘야 하는데... 크... 시리얼도 만만하지 않구먼

 

중독성 있는 그 단맛은 아침을 설레게 했고 즐겁게 했다. 결혼 전 매일 아침을 떠올리면 하루에 먹어치우는 시리얼의 양은 상당했다. 비만이었던 초등생 시절엔 대단히 많이 먹고 대단히 달게 먹었다. 우리 집에 놀러 온 친구를 위해 내가 아끼는 시리얼을 대접했었다. 더 맛있게 먹는 방법으로 네스퀵(쵸코 가루)을 섞는 신세계를 소개했다. 아직도 그 친구의 표정이 선명하다.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한 초등친구 : 응? 이렇게 먹는다고?(정말 놀란 표정으로 내 그릇을 의심했다)

본인 : 맛있어(와구와구).

 

시리얼의 고소함과 단맛은 우리의 뇌를 정복하기에 충분한 힘을 지녔다. 지금은 그렇게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는 현실이다. 건강도 그렇지만 아이들이 따라 할까 두려워서다. 대신 회사에 와서 매일 아침을 믹스커피 더블샷으로 시작한다. 바리스타도 놀랄 맛이다.

 

세계 경제의 어려움으로 예전처럼 호랑이 기운을 마음껏 먹는 것도 부담스러워졌다. 게다가 우유값도 예전같지 않다. 그렇다고 호랑이 기운과 물을 섞어 먹자니... 좀 그렇다. 하루빨리 세계가 평화로워지고 물가가 안정되어 호랑이 기운을 부담 없이 즐기는 날이 오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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