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_임인년/일상

한번에 되는게 어디있나요

솔트리오 2022. 9. 29.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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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미용실을 찾아갔다. 덥수룩해진 옆머리가 윗머리를 빈약해 보이게 만들었다. 머리가 빠지면 길러서 덮어 보자는 계산은 완벽히 틀린 계산이다. 내 경험상 그렇다.

전에 가던 미용실은 예약제이고 차를 타고 가야 할 거리라 동네 상가 미용실로 향했다. 시원하고 단정해질 생각에 왠지 콧속으로 들어오는 공기가 더욱 상쾌하게 느껴졌다.

미용실에 도착해서 두 리 번하며 구경을 하고 있어다. 잠시 뒤 다른 손님이 들어왔다. 고등학생처럼 보였고 단골인 듯했다.

손님 : 사람 많나요?
미용사 : 조금 기다려야 돼요. 이분하고 저기 손님분 커트도 해야 되고... 한 15분 정도? 있야 될 것 같은데... 앉아서 기다리고 계셔(듣기에 기분 나쁜 말투가 아니었다)
손님 : 15분 정도요? 음...(전화를 스윽 바라본다)
미용사 : 기다려야지 오자마자 바로 되면 예약제로 해야지(앞의 손님의 머리를 다듬으시며) 그리고 오자마자 바로 되는 게 세상에 어디 있겠어요. 예약제도 앞뒤로 5분에서 10분씩은 기다려야 되는걸 안 그래요? 호호호
손님 : 그렇죠 하하

손님은 빈 의자로 가서 편하게 앉아 휴대전화를 들여다본다. 시간은 왜 물었을까 할 정도로 아이스크림이 녹듯 의자에 녹아있었다.

딱 그 말이었다. 생각해보면 예약제로 운영하는 미용실에 가도 예약자 확인을 하고 잠시만 기다려 달라한다. 이럴 거면 왜 예약을 하는 건지 이해가 안 되면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었다. 예약을 해도 기다려야 하는데 예약 없는 인생이 한 번에 풀릴 리가 없다. 삶의 지혜가 묻어났다. 오늘이 그 미용실에 두 번째 방문한 날이다. 앞으로 계속 이용하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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