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_임인년/일상

역시 가을은 운동회지!

솔트리오 2022. 10. 25.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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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첫째 유치원의 운동회날이다. 안내장에는 야외 공연장에서 아침 10시에 진행하며 간식도 챙겨 오라고 쓰여있다. 그 덕에 아내는 아침부터 분주하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주차공간이 협소하니 대중교통을 이용해 달라는 양해의 문구도 함께 쓰여있었다. 아무래도 처음 가는 장소이다 보니 로드뷰 탐색으로 그 주변을 살폈다. 주택가가 많은 동네여서 그런지 꾀나 복잡해 보였다.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듯 머릿속으로 빠르게 연습했다. 내가 생각보다 길치이기 때문이다. 특히 차 운전을 할 때 빨리 가는 길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그렇게 이른 아침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갔다. 주차할 곳이 없어 한 참을 헤맬 줄 알았는데 다행히 주차할 곳이 있었다. 운동회 장소에 도착했다. 첫째는 익숙하다는 듯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후다닥 뛰어갔다. 멀리서 보아야 아름다워 보이듯 우리 귀염둥이도 그렇게 보였다. 수많은 아이들 사이에 있으니 웬 꼬맹이인가 싶을 정도다. 사실 첫째가 어디 있나 한참을 찾았다. 뒤에서 보면 이 아이인가 저 아이인가 알 길이 없다. 마스크 색깔 덕에 우리 귀염둥이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운동회가 시작됐다. 아이들과 부모가 모두 나와서 개회식에 참여했다. 아이들이 첫 번째 종목을 준비하는 동안 어른들은 옆에서 간단한 레크리에이션 시간을 가졌다. 막내는 운동회에 와주신 장인어른, 장모님께서 봐주셨다. 너무 감사하다.


유치원 운동회라 그런지 모든 게 귀여웠다. 아이들이 쫑알쫑알 떠드는 소리도 밖에서는 들을만해서 좋다. 생기가 넘치기 때문에 괜히 나도 그 에너지를 받는 기분이랄까. 어른들이 인간 울타리를 만들고 그 안에서 달리기 시합을 했다. 아이들의 표정 몸짓 달리는 모습을 고스란히 볼 수 있었다. 귀염둥이는 1등으로 골인했다. 첫째에게 다가갔다. 첫째는 손등을 보여준다.  '참 잘했어요'라는 도장이 찍혀있다. 멋진 훈장처럼 보였다. 달리기 하니 옛날 생각이 떠올랐다. 신기한 50미터 달리기였다. 나와 경쟁 상대였던 친구가 있다. 둘 다 뚱뚱이였다. 둘은 달리기만 하면 바로 옆에서 어깨싸움을 하며 달렸다. 뭐가 그리 미웠는지 왜 그랬는지 구체적인 이유는 생각나지 않는다. 또 달리기만 하면 장운동이 어찌나 활발해지던지 가스가 너무나 많이 나왔다. 달리는 내 귀에도 이렇게 잘 들리는데 옆에서 뛰는 친구는 뿡뿡 소릴 들었나 궁금하기도 하다. 그렇다고 물어보진 않았다. 다시 현재로 돌아와 나도 학부모로서 달리기에 참여했다. 골인 지점엔 소정의 상품들이 있었다. 시작과 동시에 힘차게 튕겨지듯 나갔다. 뿡뿡 거리지는 않았다. 도착 지점에선 슬라이딩을 해서 상품 하나를 잡았다. 상품을 집었는데 이게 어디에 쓰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냥 천 원짜리 물건이었다. 집에 와서 보니 신발 빨래 후 말려두는 간이 건조대 같은데. 사용을 하려나?.

 

 

다음 종목은 줄다리기다.


진행자분 : 준비 시~작!
귀염둥이들 : 이! 얍~ 끄아~
진행자분 : 영~차 영~차!
귀염둥이들 : 영차! 영차!(줄도 당기고 영차영차도 해야 해서 제대로 줄을 당기지 못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우리 팀 아이들은 영차영차 해서 승리의 맛을 봤다. 아이들의 단합된 모습에 부모들은 모두 박수를 치며 아이들을 축하했다. 이어서 어른들의 줄다리기로 이어졌다. 오랜만에 잡아본 줄은 생각보다 무겁고 거칠었다. 줄을 잡은 어른들 모두 아이들의 기운을 받아 우리도 이겨보자 생각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맥없이 상대편에게 지고 말았다. 으쌰! 으쌰! 에서 점점 어우... 어우...로 바뀌면서 끌려가 버렸다. 오랜만에 큰 힘을 썼더니 온 몸이 시원한 건지 시큰한 건지 묘한 느낌이었다. 패배 후 우리 팀 아빠들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나 역시 그랬다.

 


그 후에도 박 터뜨리기, 풍선 집어넣기, 공 넘기기 등등 여러 가지 종목에 아이들은 열심히 했다. 경기시간이 짧은 게 아쉽긴 했지만 아이들을 생각하면 적당한 시간일 것이다. 그리고 운동회의 꽃 계주가 남았다. 우리 귀염둥이는 참여하지 않았다. 더 빠른 친구가 있던 건지 아니면 달리고 싶은 사람 모여라 하는 안내를 못 들은 건지 알 수 없었다. 계주 경기가 진행될 때 나는 우는 둘째를 안고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다. 아이들 계주는 각 팀에서 여덟 명이 참여했다. 시작이라는 진행자분의 구호와 함께 아이들은 달리기 시작했다. 너무나 귀여웠다. 아이들이 뛰는 모습을 보니까 스트레스가 풀리고 마음이 흐뭇해졌다. 아이들은 승패와 상관없이 친구들과 밖에 나온 것 자체를 즐기는 분위기였다. 곧이어 어른들의 계주가 준비됐다. 어른들 계주는 다섯 명이었다. 마지막 주자가 한 바퀴를 도는 것이다. 엄마들의 달리기가 시작됐다. 젊은 엄마들이 많았다. 엄마의 힘이 느껴졌다. 역전은 없었지만 생각보다 박진감 있는 엄마 계주였다. 우리 팀의 승리였다. 이제 마지막 아빠 계주가 남았다. 이번엔 특별히 마지막 주자가 두 바퀴를 돌아 결승점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경기가 시작됐다. 확실히 속도감과 열정이 최고조로 올랐다. 중간에 우리 팀은 바통을 놓져 버렸다. 반 바퀴 이상 차이가 났는데 마지막 주자분이 역전의 드라마를 써주셨다. 운동 좀 하시는 분처럼 몸이 다부져 보였다. 그 계주는 우리 팀의 승리였다. 마지막 주자분을 보면서 아빠도 저렇게 달릴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뱃살 나오고 구부정한 아빠는 트렌디하지 못하다는 혼자만의 생각에 잠겼다.

 

 

운동회는 약 3시간 정도로 진행됐다. 시간이 짧아서 그런지 중간에 간식 먹는 시간도 없었다. 게임 중간중간 물을 주는 게 전부였다. 운동회 중간에 맛있는 간식도 먹으며 숨도 돌릴 겸 쉬는 시간이 있을 줄 알았는데 없어서 살짝 아쉬웠다. 어릴 적 운동회에서 먹었던 김밥, 치킨, 피자는 다른 때보다 훨씬 더 맛있었는데 말이다. 앞으로 운동회를 즐길 일은 많이 있으니 아쉬운 마음은 이만 접어두자. 그리고 운동회 말미에 알았다. 우리 아이만 TMI가 아니라는 걸. 주변 친구들과 얘길 하다 보면 가족이 누구고 어떻고 어떤지는 기본이다. 아이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순수함이 무엇인지 느끼게 된다. 물론 너무 오랜 대화는 힘들지만. 아이들의 재잘재잘 쫑알쫑알 대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학부모가 되어 처음 경험한 운동회다. 이번 운동회가 처음이라 좋기도 했지만 놀라운 건 생각보다 젊은 부모가 많았고 다둥이가 정말 많다는 것이었다. 셋은 평범한 수준이었다. 내 앞에 앉아있던 가족은 다섯 아이의 부모였다. 이야. 존경스럽다. 세종대왕님만 존경할게 아니라 주변에 존경스러운 분들은 참 많다는 걸 새삼 느꼈다. 첫째를 통해서 알게 되는 감정이나 경험들은 너무나 소중하다. 모두 처음 겪는 것이기 때문에 거부감이 들 때도 있고 복권에 당첨된 것처럼 깜짝 놀라 좋을 때도 있다. 그런 첫째가 곧 있으면 졸업사진도 찍는단다. 벌써 졸업이고 이제 초등학교에 입학 준비를 하다니.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때 아이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첫째와 함께 하지 못한 순간이 때로는 너무나 아쉬울 때가 있다. 그래서 지금도 잠들기 전에 항상 번쩍 안아준다. 많이 컸고 듬직함도 약간 느껴진다. 그래도 뽀뽀랑 배에 뿡뿡은 한다. 귀여운 녀석. 가끔 나는 막내와 같이 있을 때 이렇게 말한다.

 

 

본인 : 막내야 귀여운 모습 좀 오래 보게 천천히 커~. 너무 빨리 크지 말아~(통통한 배에 뿌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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