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_임인년/일상

일단가자! 나들이!

솔트리오 2022. 10. 4.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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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작전 개시


한 통의 문자가 날아들었다. 쇼핑 결제 후 날아온 문자였다. 얼마 후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근무 중 걸려 오는 아내의 전화는 나를 긴장시킨다.

아내 : 자기 내일 피크닉 가려고 하는데 12시 반 어때?
본인 : 아 그 문자가 피크닉 가려고 장 본거야?
아내 : 어어 응^^. 내일 피크닉 갈 때 샌드위치랑 김밥 싸서 갈려고 재료 산거야.
본인 : 오우! 좋지 샌드위치.
아내 : 나들이 갈 만한데 찾다 보니까 유원지에 카페가 있는데 시니어카페라고 어르신들이 운영하시는 카 페래. 근데 거기서 나들이용 돗자리랑 소품 이렇게 몇 개 빌려주고 2시간 30분에 2만 5천 원이래. 아아 두 잔 까지 해서.
본인 : 나야 좋지 자기가 좀 힘들어서 그렇지.

그렇게 결정된 피크닉이었다. 그날 저녁 내가 설거지를 하는 동안 아내는 아이들을 재우고 미리 재료 손질을 해두겠다고 했다. 물론 예상 못한 일은 아니지만 일이 순조롭게 흐를 리 없었다. 그날따라 눈이 말똥말똥한 둘째, 막내 덕분에 12시 반쯤에서야 재료 손질을 시작하고 입고 나갈 옷 까지 정해놓고 한 시간이 조금 지난 후 잠을 청했다.



#2-비상사태 (1)



작전 당일 토요일. 첫 번째 문제가 생겼다. 어제부터 심상치 않던 미세먼지가 결국 경기권을 덮었다는 것이다. 안 그래도 신경 쓰여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보니 평소 잘 보이던 앞 동네 건물이 잘 보이지 않았다. 안개와 미세먼지의 조합은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아내 : 아 뭐야 날씨 왜 이래~. 갑자기 웬 미세먼지야.
본인 : 날씨는 꼭 주말에 이렇더라. 평일엔 엄청 맑고 미세먼지도 없다가.
아내 : 첫째랑 둘째는 마스크 쓰면 되니까 괜찮은데 막내는 마스크를 못쓰니까 미세먼지 그냥 먹잖아.

(미세먼지 상황을 보며 잠시 고민)

본인 : 그래도 가야 하지 않겠어?!. 이 정도로 준비했는데 안 가면 많이 속상할 거 같은데... 보니까
아내 : 그렇네. 그렇겠지 숲이 막아주니까 거기는 미세먼지가 덜 한가보다. 그냥 나갈까??

사실 숲이 미세먼지를 막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표정이 밝아진 아내를 보니 안도감이 들었다. 그리고 미세먼지 덕분인지 숲이 주는 이로움을 예찬하게 됐다. 자연을 사랑하자. 걱정스러운 대화를 마친 후 계획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아내는 샌드위치와 김밥 싸는 시간으로 분주했다. 그동안 나는 아이들과 놀이방에서 웃고, 싸우고를 반복하며 아내의 준비시간이 늘어지지 않도록 도왔다. 그 덕분일까 준비를 하는 아내의 표정이 예상보다 밝았다. 물론 음식 냄새에 주방으로 기웃거리는 녀석들에게 강력한 기술이 한 번씩 나오긴 했다. 아내가 음식 준비를 마무리하고 옷을 입는 동안 나는 아이들이 옷 입는 걸 도와줬다. 기저귀, 아기의자, 기저귀, 물티슈 같은 기본 아이템도 챙겼다. 이제 예약한 장소로 이동하기 위한 준비를 끝냈다.

본인 : 다 됐다~차 타러 가자~

#3 비상사태 (2)



주차된 곳으로 향했다. 예약된 시간이 임박하다 보니 마음이 급해지고 발걸음도 빨라졌다. 그런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믿고 싶지 않은 상황이 생겼다.

본인 :...(차키 버튼을 누르며)?? 응? 뭐야 방전됐어??
아내 : 어? 무슨 방전이야 겨울도 아니고

그렇다 방전이 됐다. 분위기가 살짝 예민해졌지만 긴급출동으로 진정시켰다. 을 불러 당황스러운 상황은 끝낼 수 있었다.

출동기사님 : 오랫동안 운행을 안 하셨나 보네요. 시동 끄지 마시고 지금부터 한 시간에서 한 시간반 정도 운행해주세요.
본인 : 네 감사합니다.

짧은 시간에 해결되어 너무나 기뻤다. 신나게 차를 타고 이동했다. 정말로 우리 가족의 목적지만 하늘이 조금 맑았다. 20분이 채 걸리지 않는 곳에 도착했다. 그리고 카페 근처에 아내를 내려주고 주차를 했다. 그리고 시동을 껐다. 아내가 카페에서 피크닉 세트를 받아오기까지 차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아... 습관적으로 시동을 꺼버린 것이다. 시동을 걸어보려 했지만 역시 걸리지 않았다. 어이가 없고 할 말을 잃었다. 때마침 아내가 돌아왔고 다시 긴급출동을 불렀다. 하루에 긴급출동 2회를 소진했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 방금 전에 출동하신 기사님이 오시려나 했는데 다행히 아니었다. 새로운 출동기사님을 보며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피크닉을 즐겨야 했으니 한적한 곳에 주차하고 시동을 걸어 놓은 채로 쿨하게 아내와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저 멀리 아내와 아이들이 보였다. 가본 적은 없지만 뉴욕의 센트럴 파크가 부럽지 않을 만큼 좋았다.

절묘한 ♡_?
햇살가득


준비된 샌드위치와 김밥 그리고 막내의 이유식. 완벽했다. 이유는 아이들이 샌드위치 속 야채를 빠짐없이 모두 먹고 맛있게 잘 먹었기 때문이다. 이보다 완벽할까.

귀염둥이들 : 샌드위치 더 주세요~!

맛있겠다


두 번의 방전으로 허탈해진 정신이 샌드위치와 김밥으로 다시 돌아왔다. 평소 아아 만큼은 즐기지 않던 내가 그날은 시원하게 즐겼다.


#4 그러면 안돼



신나게 먹고서 첫째는 공원에 있는 운동장으로 뛰어가 처음 보는 형들과 축구를 하고 있었다. 역시 이 꼬맹이들은 밖에 나와야 귀여운 진가를 발휘한다. 어설프게 공을 차고 뛰고 하는데 마치 아기 염소가 콩콩 뛰는 모습이었다. 형아들로 보이는 아이들은 꾀 여럿 있었다. 두 팀으로 나눠서 게임도 했다. 그런데 축구를 하던 중 첫째가 운동장 옆으로 뛰어갔다. 어른들이며 같이 놀던 친구들도 갑자기 땅을 보며 무언가를 줍는 것이 아닌가.

본인 : 뭐야? 갑자기 왜 저래?
아내 : 뭐야? 뭐 있나?

뭐야 뭐야를 연신 외쳐대며 첫째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가까이 가보니 도토리를 줍는 것이었다. 그리고 축구공을 들고 있는 남자분은 이 모습을 천천히 지켜봤다.

남자 : 얘들아 비켜줘~공 떨어지면 다칠 수 있으니까

그렇게 말하곤 커다란 도토리나무로 공을 힘껏 찬다. 투두 투두두. 기다렸다는 듯이 아이들과 아주머니, 할머니도 오셔서 열심히 주우신다. 그분이 나무의 주인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내와 나는 첫째, 둘째에게 꼭 말했다. 함부로 해서는 안될 행동이라고. 공차는 분도 지치셨는지 도토리 줍기 놀이는 끝이 났다. 첫째가 열심히 줍길래 그래도 한 주먹은 주웠을 줄 알았는데 손에 도토리 한 개만 쥐고 있었다. 너무 귀여웠다. 7살 아이 손에 쥐어진 도토리 한 개. 둘째는 그것보다 많이 주웠다. 그 모습에 첫째가 속상해했다.

본인 : 공원에 있는 도토리나 다른 열매들을 함부로 따오면 안 돼. 주인이 있을 거고 관리하시는 분이 계실 거야. 많은 게 자랑할 일은 아니야. 오히려 한 개만 들고 온 게 더 이뻐.
첫째 :...
둘째 : 난 요만큼!(더 작은 손에 도토리 몇 개가 더 있었다)
아내 : 우리 마지막으로 공원 한 바퀴 돌고 사진 찍고 들어가는 거 어때?

#5 우리 집으로~



첫째가 축구에 빠져 있는 동안 둘째와 함께 짐 정리를 미리 해두었다. 트렁크에 있었던 자동으로 나오는 사진기 모양의 비눗방울을 가져왔다. 둘째는 비눗방울을 신나게 쏘며 놀았다.

첫째 : 나도 좀 해볼래
둘째 : 안돼~이거 너무 많이 하면 안 나와
아내 : 비눗방울 또 있어~! 아유~ 짠돌아!
둘째 : 짠동이?
본인 : 짠돌이!
둘째 : 짠동이?
아내 : 그래 짠동아!

짠동이와 비눗방울도 신나게 불고 겨우겨우 설득해서 첫째에게도 비눗방울을 쏘아보게 했다. 짠동이녀석. 미세먼지와 구름이 잔뜩 낀 날에 강행한 나들이었지만 예상 밖으로 즐거운 시간이었다. 나들이의 마지막은 공원 조형물과 사진 찍기였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비교적 조용한 주말을 보냈다.

우리가 바라본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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