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_임인년/일상

회사 이름이 뭐니?

솔트리오 2022. 9. 27.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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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 (띠띠띠띠 띠리릭! 도어록을 터치한다.)

 

귀염둥이들 : 아빠다~압빠(현관문 너머로 들리는 환영의 소리)

 

오늘은 귀염둥이 둘이 기분이 좋았는지 엄청난 환호성을 지르며 퇴근한 나를 즐겁게 반겨줬다. 퇴근 후 보는 이 광경은 평생을 받아보고 싶은 인사다. 너무나 귀여운 녀석들.

 

첫째 : 아빠 다녀오셨어요~!

둘쨰 : 아빠 다녀왔어요~? 투투!!(의미 없지만 귀여운 소리다)

본인 : 다녀왔습니다~귀염둥이 들 잘 있었어?

귀염둥이들 : ...(이미 놀이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시끌벅적 환영을 받고 목욕을 마치고 화장실 밖으로 나왔다. 첫째가 내게 보여주고 싶은 게 있다고 한다.

 

본인 : 오늘은 어떤거 만들었어?

첫째 : 포켓몬 뮤츠있다~

 

다시 떠오른 포켓몬의 열기는 우리 첫째의 마음속에 깊이 파고들었다. 나도 좋아했지 포켓몬스터 게임을. 아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포켓몬에 대한 열정을 나는 이해할 수 있었다. 보여주고 싶다는 게 유치원에서 만들어온 것인가 궁금했다. 눈으로 보니 포켓몬스터 뮤츠 열쇠고리였다. 유치원에서 만든 건 아니고 그렇다고 준 것도 아닌 거 같아서 아이에게 물어봤다.

 

본인 : 오 뮤츠네~ 근데 이걸 유치원에서 받은 거야?

첫째 : OOO이랑 바꿨어. 내 거 마스크 고리 상자에 있는 고무줄이랑
본인 : 고무줄? 뭐 노란 고무줄?(?_?)

 

친구 외 물물교환을 했다고 한다. 그것도 고무줄 몇 개와 뮤츠를 말이다. 귀여우면서 동시에 드는 생각은 아이들에게 괜히 비싼 소품을 사주 다간 낭패를 볼 수 있겠구나 하는 쫌스런 걱정까지 해버렸다. 그 친구도 고무줄이 필요했겠구나 하고 넘어갔다. 그런데 그 뒤에 나온 말이 마음을 씁쓸하게 만들었다.

 

첫째 : 이게 진퉁이야

본인 : 응? 진퉁? 그런 말은 어디서 들었어?

첫째 : 친구가. 이게 진퉁에서 만든 거래

본인 : 그럼 진퉁이 뭔지 알고 있어?

첫째 : 진퉁? 회사지 진퉁. 진퉁 회사. 뮤츠 고리를 만들었지(!_!)

본인 : 진퉁은 회사는 아니고 진짜라는 말인데 바른말이 아니야. 어른들이 조금 안 좋게 쓰는 건데 아빠도 잘 쓰지 않는 말이야. 그 말은 사용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진퉁이 회사가 아니라고 설명해주자 당황하는 기색이 보였다. 너무나 귀여워서 웃으며 얘기했지만 마음 한 구석이 씁쓸했다. 어른들이 사용하는 말은 곧 아이들의 귀로 여과 없이 전해진다. 바른말을 사용해도 그 의미는 충분히 전달된다. 사실 조금만 나이를 먹어도 언어의 세계가 달라진다. 최근엔 초등학생들도 비속어를 자연스럽게 뱉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길을 걷다 들리는 학생들 대화의 대부분은 욕을 섞으며 대화를 한다. 잘 들어보면 대화가 아니고 그냥 서로 욕하는 것 같기도 하다. 마치 생선을 먹으려는데 가시가 너무 많아서 먹을게 별로 없는 느낌이다.

 

본인도 비속어를 접하고 사용했던 게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다. 그때는 친구들과 조금 더 어울려보려고 나도 이런 말 쓴다 하는 쓸데없는 과시용으로 사용했었다. 이해할 수 없는 그때의 나지만 그 생각으로 비속어를 사용했다. 그것도 잠시였다. 우연히 2년을 넘게 반장을 하게 되고 매주 진행하는 학급회의를 하면서 비속어 사용 횟수가 자연스럽게 많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친구들 사이에서 억지로 사용하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는 걸 알게 됐다. 오히려 사용하지 않을 때 친구들과 더 즐거웠고 많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예능프로그램이나 대형 유튜버들의 채널을 봐도 비속어 사용 없이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은가.

 

그럼 나는 왜 비속어를 쓰는 걸까 이유를 생각해봤다.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강한 표현이 내 감정의 묵은 때를 벗겨 낼 거란 생각이었다. 성인이 된 이후 일이 잘 풀리지 않고 답답함에 정제되지 않은 순도 100% 비속어를 쓰며 울분을 토해낸 걸 생각해봤다. 어두운 감정이 시원하게 사라질 것만 같았다. 그런데 오히려 쓰고 나면 묵은 때가 떨어지기보다는 더 들러붙은 느낌이라 후회와 찜찜함이 동시에 찾아왔다. 좋지 않았다. 굳은살을 없애려 떼어내면 다시 굳은살이 생기듯 다시 돌아왔다. 나를 깎아내리는 기분도 들었다. 

 

첫째 덕분에 잊었던 내 언어습관을 돌아보게 됐다. 이제 곧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우리 첫째. 배움의 공간이 커지고 유혹의 기회도 많아진다. 짝퉁보다 더 한 것들이 앞으로 많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현실적으로 피할 순 없다.  아이의 마음에 상처 주지 않도록 바르게 알려주는 게 가장 현명하다고 생각된다. 우리 귀염둥이들 오늘은 무얼 하며 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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