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_계묘년/일상

1월 식단_16일~20일

솔트리오 2023. 1. 26.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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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기록(메모나 낙서도 포함)을 좋아한다. 습관처럼 완전히 내 몸에 자리 잡힌 건 아니지만. 기록이 즐거운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작은 기록들이 쌓여 아이디어 창고가 되고 오랜 시간 다듬게 되면 하나의 역사로써 진가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특별한 기교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평가를 받기 위한 것도 아니다. 1분 1초가 아까운 현대인의 작은 습관으로 새겨둘 적합한 조건이지 않은가. PC, 스마트폰 또는 펜과 종이만 있으면 된다. 짧은 글, 그림, 사진, 동영상 등 기록물로 남겨둘 수 있는 조건도 다양하다.

 

 

사람은 태어난 이후로 기록이라는 테두리 밖을 벗어나지 못한다. 뱃속에서부터 태어나는 순간까지 주 단위로 기록되며 태어난 후엔 몸무게와 키를 비롯한 기본적인 건강상태를 기록하며 거대한 우주가 시작됨을 알린다. 학교에 입학하는 순간부터는 성적이라는 숫자 기록에 희로애락이 결정된다. 원하는 결과를 얻게 될 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 점수는 잘난 사람과 못난 사람을 가르고 심하면 네 편 내 편으로 가르기도 한다. 지금은 아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록이 필요한 이유와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핑계 같은 이유를 생각해 보면 유년시절부터 무의식적으로 평가라는 강박에 치였기 때문이라고 본다. 지금은 안 그러겠지만 초등학교에서 담임 선생님께 일기도 검사받았다. 나의 은밀한 사생활이 담긴 기록물이지만 그대로 노출이 되어버렸다. 검사용 일기와 진심용 일기를 나누어 썼다면 어땠을까. 초등학교 5학년때였다. 방학을 대비해 한 달치 일기를 미리 써두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당시 일기는 정말 귀찮고 날 괴롭히는 숙제였다. 너무 조급했던 게 문제였는지 날짜를 잘 못써서 선생님께 들통나고 혼났던 기억이 생생하다. 공개적으로 꾸중을 들었던 터라 어찌나 창피했는지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내 뒤에 줄 서있던 여자아이가 날 이상하게 쳐다봤다. 그 낯선 시선도 잊을 수 없다.

 

내 주변에는 글쓰기 기록을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그래서 글쓰기에 대한 즐거움과 장점을 넌지시 말해준다. 한 번에 변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자주 얘기한다. 특히 아빠, 엄마, 동생에게 자주 언급한다. 엄마, 아빠에겐 글쓰기를 좋은 운동이라고 말한다. 글쓰기를 하는 동안 손의 근육뿐 아니라 뇌의 시냅스에서도 전기신호를 주고받기 때문에 활동적인 신체운동만큼 좋은 운동효과가 있다. 무엇보다 엄마, 아빠가 글씨를 쓰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특히 엄마가 글씨를 쓰는 모습을 보면 어떨 때는 어린아이가 글씨를 쓰고 좋아하는 표정이 보일 때도 있었다. 그래서 엄마가 펜을 잡는 모습이 늘 보고 싶었다. 나와 동생을 키우며 바쁘게 살아온 엄마, 아빠를 위해서라도 글쓰기의 효과를 계속 말해주고 올해 생신땐 손 편지 한 통을 쓰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오랫동안 기록을 해 온건 아니지만 개인적인 성향을 기준해 기록(습관)의 가장 중요한 점을 하나 콕 집으라면 '반드시 매일이 아니어도 좋다'는 마음가짐이다. 많은 분들이 새 해맞이 계획을 세웠을 것이다. PC, 다이어리, 스마트폰 그것도 아니면 생각만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를 얕게나마 새겨뒀을 것이다. 계획이 실패로 돌아가고 자괴감으로 돌아오는 큰 이유는 미세한 변화가 아니라 갑작스러운 변신을 위해 애를 쓰기 때문이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듯 기록이나 새로운 습관도 그렇다. 역설적이지만  '매일'이라는 심리적인 족쇄를 채우지 않는 게 꾸준한 기록을 위한 시작이라고 하고 싶다. 올해 계획이라고 했으니 올해에 맞춰 조금은 느슨하게 잡는 게 다치지 않는 방법이라 생각된다. 물도 빨리 먹으면 체한다.

 

 

이번주 식단은 설 명절을 다 보내고 남긴다. 설날을 하루 앞둔 날까지 야근으로 신나게 달렸기 때문에 모니터 앞에서 잠시 멀어지고 싶었다. 지난주도 맛있게 많이 잘 먹었다. 점심 저녁을 많이 먹어서 몸무게가 얼마나 늘었을까 확인했는데 76kg로 변함이 없었다. 누군가는 부러워하고 누군가는 걱정을 하는 그런 상황인 것이다. 명절을 앞둔 식당의 분위기는 예상대로 조용했다. 사람들도 많이 없었고 특히 금요일은 점심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다들 일찍 고향으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부럽지 않았다. 거대한 주차장을 연상케 하는 장면을 TV나 기사로 전해 듣는 입장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시댁과 처가가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기 때문에 미리 떠나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잘 먹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금주의 메뉴는 수육과 도토리묵무침이었다. 수육은 부드럽기도 했지만 생각보다 기름지지 않고 담백했기 때문에 내 입맛과 잘 맞아떨어졌다. 퍽퍽한 살코기도 국물이 필요 없을 정도로 식감이 부드러웠으며 새우젓과 콤비가 기가 막혔다. 쌈을 싸 먹어도 좋았다. 기름에 구운 마늘이 있다면 보양식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맛이었다. 처음 입에 넣고 몇 번을 씹으니 동동주가 떠올랐다. 주전자에  찰랑하니 담겨 살얼음을 품고 있는 동동주가 자동적으로 그려졌다. 내가 그렇게 술꾼이었던가 할 정도로 말이다. 그러고 보니 이번주 기억에 남는 두 음식 모두 동동주와 잘 어울리는 메뉴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뇌에서 무의식적으로 그 둘을 선택했나 보다. 사실 최근엔 '새로'를 즐겨 마신다. 일주일에 하루 많으면 이틀정도 집에서 술 한잔을 하는데 뒷맛이 달큼한 게 수육과 도토리 무침과도 절친과 같은 분위기를 낼 수 있을 것 같다.

 

 

도토리묵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음식이다. 부드럽고 쌉싸름하면서 고소한 향이 매력적이다. 살짝 나는 쓴맛은 입맛을 돋우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쓴 채소들이 조금 섞여있는 식단도 좋아한다. 도토리묵의 효능은 인터넷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지만 일단 소화가 잘되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 포만감을 들게 만들기 때문에 자극적인 음식으로 배부르게 먹고 속이 불편해지는 것을 조금은 방지해 줄 수 있다. 사실 이건 얼마나 먹느냐 하는 정도의 차이로 보면 되겠다. 어떤 음식이든 장단점이 다 있기 때문에 본인에게 맞는 정도를 찾는 게 제일 중요할 것 같다.

 

 

해는 생각보다 부지런하다. 2023년 1월 1일을 반기며 잘해보자는 인사를 한 게 어제 같은데 어느새 1월의 끝에 다다르고 있다. 자연을 멍하니 보고 있으면 변하지 않을 듯 변한다. 꾸준함의 교과서다. 자신이 꿈꾸는 롤모델이 너무 멀리 있거나 아니면 현생에 존재하지 않아 만날 수 없다면 잠깐 시간을 내어 흘러가는 구름이나 태양, 달 보기를 추천한다. 롤모델만큼 꾸준하고 뚝심 있는 모습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일주일 정도 지켜보면 조금 흥미를 느낄 수 있고 의미 있는 시간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를테면 혼자 중얼거리며 자신의 모습을 생각해 보는 소중한 시간 말이다. 남 탓, 태생탓하지 말고 자신과의 약속을 하나씩 지켜가는 것부터 잘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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