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_임인년/일상 57

발가락이 쏘아올린 작은 공

허리가 좋지 않으신 장모님은 수개월 전에 시술을 하셨다. 오랜 기간이 지났으나 예전 같은 상태로 돌아갈 순 없다고 하셨다. 아내는 장모님을 만나 점심을 먹고 차 한잔을 하며 건강에 대한 얘기를 했는지 어느 날 내게 물었다. 아내 : 자기 이거 돼? 이게 허리가 안 좋으면 안 되는 거래 아내가 보여준 건 이렇다. 엄지발가락만 위로 올리고 나머지 발가락은 아래로 내린다. 마치 엄지 척 발가락 버전 같았다. 아내 : 나는 양쪽 다 안돼... 내 허리는 예상대로 삐뚤어졌나 봐(자신의 발가락을 보며 허탈하게 웃는다) 본인 : 다리도 항상 꼬고 높은 구두를 오래 신고 다녔잖아. 삐뚤어졌어(발가락은 꼼지락 하고 있다) 읍!... 후... 이렇게? 왼발은 바로 되지만 오른발은 조금 애를 먹고 겨우 했다. 발가락으로 이..

시리얼과 세계경제

입맛 없는 아침을 해결하고자 시리얼을 자주 구입했다. 국그릇에 시리얼과 우유만 있으면 되니 어찌나 간편한지. 무엇보다 설거지 거리가 적다는 게 가장 매력적이었다. 아침밥이 최고이긴 하지만 나 또는 아내를 번거롭게 하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평일의 새벽은 온전히 나만의 시간이고 싶었다. 평일은 보통 5시 30분에 일어난다. 일찍 일어나는 이유는 아주 명쾌하다. 출근 후 주차를 하기 위해서다. 회사 주차장은 손님과 높은 분들을 위한 공간뿐이었다. 게다가 회사 주변은 주차공간이 넉넉하지 않다 보니 새벽에 움직이지 않으면 그날은 빙글빙글 돌아야만 한다. 시간낭비, 기름 낭비에 초조함까지 더해지니 불필요한 스트레스만 사들이는 것과 같았다. 이렇게 생활하다 보니 지금은 습관이 되어버렸다. 주말에도 이쯤에 눈이 한..

한번에 되는게 어디있나요

오랜만에 미용실을 찾아갔다. 덥수룩해진 옆머리가 윗머리를 빈약해 보이게 만들었다. 머리가 빠지면 길러서 덮어 보자는 계산은 완벽히 틀린 계산이다. 내 경험상 그렇다. 전에 가던 미용실은 예약제이고 차를 타고 가야 할 거리라 동네 상가 미용실로 향했다. 시원하고 단정해질 생각에 왠지 콧속으로 들어오는 공기가 더욱 상쾌하게 느껴졌다. 미용실에 도착해서 두 리 번하며 구경을 하고 있어다. 잠시 뒤 다른 손님이 들어왔다. 고등학생처럼 보였고 단골인 듯했다. 손님 : 사람 많나요? 미용사 : 조금 기다려야 돼요. 이분하고 저기 손님분 커트도 해야 되고... 한 15분 정도? 있야 될 것 같은데... 앉아서 기다리고 계셔(듣기에 기분 나쁜 말투가 아니었다) 손님 : 15분 정도요? 음...(전화를 스윽 바라본다) ..

통화+담배연기+0_0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집으로 복귀하고 있었다. 가을밤의 공기가 애연가들의 낭만을 추억하게 만드나보다. 슬리퍼를 끌고 나와 담배 한 대를 물고 깊은 한숨을 대신하듯 연기를 길게 뿜는다. 그리곤 전화를 무심하게 바라본다. 비흡연자로 살아온 내 인생에 담배를 펴야 하나 하는 생각을 처음 했던 때가 떠올랐다. 군 시절 자대 배치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이다. 비흡연자인 내게 쉬는 시간은 외로운 시간이었다. 짧은 시간 동안 담배는 전우애를 끈끈하게 만들었다. 나는 그런 모습을 지켜만 봤다. 잘 견디고 잘 참았다. 술은 먹더라도 담배를 입에 대지 않은 일은 아주 잘한 일이라고 스스로를 칭찬한다. 짧고 강렬한 회상이 끝나고 동 현관 입구로 들어섰다. 검은 옷을 입은 여성분이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여성 : ..

꼬리물기로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은요

퇴근길에 마주하는 큰 도로. 바쁜 일상을 사진 한 장으로 남길 수 있는 장면이다. 수많은 차들은 신호가 바뀌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마치 월급날이 빨리 오길 기다리는 내 모습처럼. 선두에 있는 차가 움찔움찔 슬그머니 앞으로 간다. 저러다 그냥 가는 거 아닌가 할 정도로 조금 급해 보이는 차도 쉽게 볼 수 있다. 차를 이용해 출퇴근을 하면 편하긴 하지만 운이 좋게도 대중교통 출퇴근이 가능해서 탄소배출을 줄이는데 일조하고 있다. 오늘도 어김없이 왕복 10차선의 횡단보도 녹색불을 기다리고 있다. 하늘과 높은 건물 그리고 벌써 퇴근을 하셨는지 아주 편안한 차림의 사람들도 보였다. 그렇게 평소엔 눈에 보이지 않던 것들을 보고 잠시 시인이 되어본다. 불이 바뀌고 도로를 건너기 시작했다.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건지 ..

원하는 바가 명확하다면

"이야 대박이더라 자기네들 요구 들어주라고 목숨까지 걸면서 버티다가 결국엔 원하는 금액 거의 다 받아냈잖아" 오늘자 점심시간 대화 내용이다. 참 씁쓸하다. 노조의 농성으로 원하는 바를 이루었다는데 이걸 대단하다고 봐야 할지 아니면 세상을 불편하게 만드는 집단이라고 해야 할지 혼란스럽다. 나는 노조의 편도 회사의 편도 아니라서 말이다. 경제적인 부가 최고인 세상.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한 세상. MZ세대가 존재하는 세상이다. 미디어가 보여주는 멋짐과 에너지보단 나만의 즐거움을 찾으려 뒤늦게 이곳저곳을 서성이고 있다. 내게 세상은 너무나 어려운 곳이다. 레벨이 높아도 보스 캐릭터 상성에 맞물려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기도 하고 때로는 다윗이 되기도 해서 커다란 골리앗을 쓰러뜨리기도 하는 세상이다. 나는 지금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