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_임인년/일상 57

이젠 이것도 찍먹인가

언제나 즐거운 식사시간. 점심이 기다려지는 이유는 누군가 차려주는 음식이기도 하지만 어떤 메뉴가 나올지 궁금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내 몸에서도 점심시간 10분 전쯤 '오늘은 뭐가 나올까?' 하는 생각으로 이미 위장이 음식을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 파블로프의 개가 종소리에 침을 흘리듯 점심시간이 다가오면 자연스럽게 스트레스가 조금씩 완화된다. 코로나의 여파로 우리 팀의 점심식사는 약 1시간 정도 앞당겨졌다. 처음엔 빠른 것 같았지만 적응하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오히려 한적한 이 시간대가 아주 마음에 든다. 원래 점심시간으로 돌아가지 않길 바라고 있다. 식당 문을 열고 입장한다. 먼저 식사하고 계신 분들의 식판을 봤다. 카레가 나왔고 국은 닭개장이다. 아주 훌륭하다. 흰쌀밥을 덮은 황금빛 카레는 생각만 ..

30대 중반은 어르신이 아니었다.

대학교 입학 후 나의 대학생활은 그리 흥미롭지 않았다. 고등학생 때 보다 다소 여유로워진 시간표를 빼곤 다를 게 없었다. 그래서 삶의 즐거움을 위한 운동에 몰입하며 살았다. 그러던 중 과 선배의 권유로 한 동아리에 가입했다. 내가 좋아하는 활동은 아니었지만 예상 밖의 동아리라며 강추하는 선배의 모습에 호기심이 생겼다. 그리고 놀라운 건 동아리 가입이 너무나 쉬웠다는 점에서 놀랐다. 사실 고등학교 시절 동아리 면접에서 탈락의 맛을 보았다. 지나고 생각해보면 별것 아닌데 그 당시 너무나 창피하고 차별받는 느낌을 받았다. 자연스레 내게 당연한 일이 누군가에겐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몸소 느꼈다. 과거의 경험에 갇혀 동아리의 동 자도 생각 못했던 내게 선배의 권유는 학교를 끝까지 다닐 수 있었던 동력이었다..

10월의 식단_11일~14일

이번 주도 잘 먹고 지냈다. 오늘은 조금씩 담아보자 하는데 언제나 푸짐하다.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다는 노랫말이 절로 나온다. 그 덕분에 나의 식사 시간은 우리 팀 중에 가장 길다. 그리고 중요한 점은 웬만하면 음식을 남기지 않는다는 것. 맛있기도 하고 남겨두면 식당 이모님과 지구에게 미안하다. 가장 미안한 건 TV 속에 나오는 난민과 깨끗한 물을 먹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그 모습을 보면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감사함을 가져야 한다는 의무감이 생긴다. 내가 가져온 음식에 책임감이 더해진다. 메뉴 고민할 것 없이 맛있는 음식을 푸짐하게 먹을 수 있게 해 주시는 이모님께 감사할 수밖에 없다. 사실 이런 메뉴라면 고강도 트레이닝을 하는데 전혀 문제없을 거다. 그런 이유인지..

달의 출몰...소원을 말해봐

하늘에 뜬 해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시원한 바람소리와 멀리서 들리는 차 소리가 명상을 하기에 딱 좋은 환경을 만들었다. 멀리 있는 구름은 흩어짐 없이 아주 천천히 바람을 타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내게 질문했다. 본인 : 달이 처음부터 뜨는 모습을 본적이 있나? 본 적이 없네?. 일출 일몰은 많이 봤잖아. 그렇네. 맞다 달의 출몰엔 그동안 관심이 없었다. 달이 이쁘다며 멍하니 수없이 바라봤는데 말이다. 해가 뜨고 지는 것처럼 달도 똑같이 뜨고 지는데 왜 나는 해에게만 집착했던 것일까. 해야 뚫어지게 쳐다보면 눈이 아프고 위험하지만 달은 뚫어지게 본다고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해만 동향에서 뜨지 않는다. 달도 동향에서 뜬다. 지는 것도 서향으로 진다. 자연 풍경을 촬영하기 위해 매주 여행을 가는건 현..

폭풍 후 청명한 하늘은 더욱 아름답다.

아이가 어릴 적엔(몸무게가 20kg가 채 되지 않은 시기) 번쩍번쩍 안아주고 아빠 비행기도 많이 태워주고 놀았다. 순서를 기다리지 않고 한 번에 두 아이가 올라타면 혹여나 다칠까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다. 주말은 늘 아이들의 소리로 시끌벅적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운동이 되는 기분이었다. 허리가 아프거나 목이 쑤시지 않았다. 아이들과 놀았던 시기를 생각하면서 문득 궁금해 지는게 있었다. 아이가 성장한 만큼 과연 나도 성장했을까. 사실 첫째를 대하는 내 태도는 예전(6살 초반)과는 많이 달라졌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몸무게도 늘고 생각도 커지면서 자기주장이 강해졌다. 자연스럽게 행동에도 자유로움이 많이 묻어났다. 아이의 성장하는 모습이 잘 보였고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는 모습도 예전과는 사뭇 달라졌다. 친구들이..

낯설어진 그 집

언니, 언니의 형부 : 자주 놀러 오세요 본인 : 고맙습니다. 오늘 저녁 잘 먹었습니다. 이곳에 산지 어느덧 6년에 접어든다. 전 직장과 가깝다는 이유로 오게 됐다. 동네의 골목 거리와 주변 아파트 단지의 위치, 편의시설 등 모두 새로웠다. 지금은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내가 어릴 적 살던 동네만큼의 편안함은 느끼지는 못하고 있다. 교통과 상권 모두 좋지만 마음의 벽이 있는 건지 왜 그런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그런지 아직 6년 차의 면모는 보이지 않는다. 주변 동네에 사는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 다른 동네 얘기를 듣는 기분이 들 때도 있다. 맛집이나 상가의 위치, 새로 생긴 아파트나 문화시설의 위치 등등. 간혹 기억에 남는 내용이 있으면 아내와 대화거리로 내놓는다. 그럼 아내는 그 장소, 발생한 이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