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_계묘년/일상

[짧은글/쇼츠] 면접자 vs 면접관

솔트리오 2023. 12. 6.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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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나는 면접관으로 앉아 지원자분들을 대면했다. 이상한 기분이었다. 뭐라고 말하면 좋을까. 거울 앞에 서서 혼자 질문하고 답하는 기분이랄까. 지금은 면접관이지만 다른 회사에 지원하는 지원자로 앉아있는 모습이 떠올랐다. 동전의 앞뒷면 백과 흑 어제와 내일이 동시에 있는듯 존재할 수 없는 교집합에 서 있는 기분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내가 이곳에서 안정적인 삶과 만족스러운 인생의 여유를 누리는 상황에 있다면 이런 생각은 들지 않았을 테다. 그렇지 않은 관계로 묘한 상황에 휩싸이게 된 것이다.

 

 

 

 

면접관이 된 이유는 간단했다. 회사일이 많아 급히 인원을 뽑아야 하는데 팀장보다는 나와 더 오래 일할 사람을 찾는 과정이기 때문에 참여해야 한다는 게 팀장님의 말씀이셨다. 마음의 부담이 있었지만 어쩌겠는가. 이력서를 하나둘씩 뽑아서 훑어보기 시작했다. 많은 분들이 지원해 주셨다. 면접으로 궁금증을 풀어보고 싶은 사람들도 있고 반대로 제대로 지원한 게 맞을까 할 정도의 성의 없는 이력서도 종종 보였다. 뉴스에서 인사담당자들이 말하지 않던가. 사람을 채용하는 일은 쉽지 않다. 지원자는 많은데 정작 뽑을 사람이 없다. 면접관으로 처음 시험에 오르는 내가 봐도 인원을 뽑는다는 게 정말 어려운 일로 느껴졌다.

 

 

이것저것 자격증이 많은 사람. 희망연봉이 높은 사람. 사진 없이 지원하는 사람. 나름의 사정이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면접관이지만 지원자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에 비판 또는 퉁명스러운 말을 내뱉는 건 나를 욕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다. 뜻하지 않게 면접관의 입장도 생각할 수 있어서 마음이 흡족해진 부분도 있었다. 면접관이 되어보니 조직과 잘 어울릴것 같은 사람도 좋겠지만 호기심을 자극하는 지원자들을 보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

 

 

지난주까지 면접관으로 세 차례 섰다. 서류는 성의 있게 준비를 했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태도를 볼 수 있었다. 면접은 자기의 경험을 간결하게 말하고 한 두 가지의 질문을 하는 관심의 태도를 볼 수 있었다. 면접관으로 있었지만 긴장되긴 마찬가지였다. 지원하는 사람의 마음에 비하면 여유 있다고 할 수 있겠으나 이 회사에서 함께 근무할 생각을 하면 면접관의 위치도 쉬운 자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렵게 채용한 사람이 견디지 못하고 나가버리는 일이 생기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무사히 면접을 마치고 나는 아내와 야식을 먹기로 마음먹었다. 그 결과 우리의 식탁엔 '낙곱새'가 올라왔다. 신나게 먹었다. 아주 매운맛으로 먹었다. 정말 신기하고 웃긴 건 낙곱새를 다 먹고 나서 볶음밥을 먹었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볶음밥을 먹기 위해 낙곱새를 주문한 거 같아..."

 

 

난 전통이 살아있는 밥심 한국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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