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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_임인년 73

폭풍 후 청명한 하늘은 더욱 아름답다.

아이가 어릴 적엔(몸무게가 20kg가 채 되지 않은 시기) 번쩍번쩍 안아주고 아빠 비행기도 많이 태워주고 놀았다. 순서를 기다리지 않고 한 번에 두 아이가 올라타면 혹여나 다칠까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다. 주말은 늘 아이들의 소리로 시끌벅적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운동이 되는 기분이었다. 허리가 아프거나 목이 쑤시지 않았다. 아이들과 놀았던 시기를 생각하면서 문득 궁금해 지는게 있었다. 아이가 성장한 만큼 과연 나도 성장했을까. 사실 첫째를 대하는 내 태도는 예전(6살 초반)과는 많이 달라졌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몸무게도 늘고 생각도 커지면서 자기주장이 강해졌다. 자연스럽게 행동에도 자유로움이 많이 묻어났다. 아이의 성장하는 모습이 잘 보였고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는 모습도 예전과는 사뭇 달라졌다. 친구들이..

낯설어진 그 집

언니, 언니의 형부 : 자주 놀러 오세요 본인 : 고맙습니다. 오늘 저녁 잘 먹었습니다. 이곳에 산지 어느덧 6년에 접어든다. 전 직장과 가깝다는 이유로 오게 됐다. 동네의 골목 거리와 주변 아파트 단지의 위치, 편의시설 등 모두 새로웠다. 지금은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내가 어릴 적 살던 동네만큼의 편안함은 느끼지는 못하고 있다. 교통과 상권 모두 좋지만 마음의 벽이 있는 건지 왜 그런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그런지 아직 6년 차의 면모는 보이지 않는다. 주변 동네에 사는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 다른 동네 얘기를 듣는 기분이 들 때도 있다. 맛집이나 상가의 위치, 새로 생긴 아파트나 문화시설의 위치 등등. 간혹 기억에 남는 내용이 있으면 아내와 대화거리로 내놓는다. 그럼 아내는 그 장소, 발생한 이벤트..

못하는 척 사세요?

저녁식사 자리에 유부남들이 모였다. 나는 해도 해도 끝나지 않는 집안일 얘길 꺼내게 됐다. 그중 A는 자신이 집안일을 대하는 일관성 있는 태도가 편한 삶을 만들었다고 자부했다. A : 저는 집에 가면 아무것도 안 해요 본인 : 어떻게요? A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공개하듯 진지하지만 본인도 조금 웃기는지 한쪽 입꼬리를 실룩하며 말했다. A : 못하는 척하면 돼요. 빨래 같은 것도 그냥 접어두고 서랍에 넣어두면 아내가 다시 꺼내서 정리해요. 그렇게 몇 번 하니까 자기가 알아서 하더라고요. 본인 : 음... 선입견을 가지고 사람을 보면 안 되지만 A는 정말 집안일을 할 것 같아 보이진 않았다. 덥수룩 부스스한 헤어스타일, 큰 덩치, 졸려 보이는 눈 그리고 웅웅 거리는 목소리가 인상적이다. A와 일하면서 자주 듣..

하얀띠 → 노란띠 레벨업!

22년 10월 4일은 우리 첫째가 노랑 띠를 받은 날이다. 본인 전화 : 지잉~지잉~ 본인 : 여보세요~ 첫째 : 아빠! 나 노랑 띠 받았다~ 본인 : 어우~정말? 축하해~ 그런데 우리 첫째가 태권도에 입문한지는 이제 한 달 남짓. 노랑 띠?. 아내에게 물어보니 관장님께서 그렇게 해주셨다고 했다. 비슷한 또래에 하얀 띠가 없는 점을 생각해서 일찍이 노랑 띠로 올려주셨단다. 곧 초등학교 입학도 하니 구색을 맞추신 것 같다. 그러면서 관장님께서도 그러면 안 되는데 그러셨다고 말씀하셨단다. 음... 그럼 안되는데 그러셨다니 뭐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아름다운 무도가의 마음이라 생각된다. 집에 돌아오면 신나게 품세를 보여준다. 어설퍼서 더 귀엽다. 쿵쿵거리는 것만 빼면 말이다. 이젠 아기 때 보였던 통통한 ..

10월의 식단_4일~7일

허겁지겁 달려온 이번 주를 돌아본다. 우선 이번 주에 내가 먹은 식단부터 봤다. 다른 사람들은 식당 음식이 입에 맞지 않다고 하지만 이 정도면 정말 훌륭한 식단이지 않은가. 개인의 취향이라고 하지만 이해하기 조금 힘들다. 이렇게 열심히 먹고 일하고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바쁠 때면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이럴 때 일 수록 나를 잘 붙잡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깊이 파고든다. 그러다 보니 회사일도 하고 개인적인 시간에도 욕심을 부리게 되고 결국 금요일 저녁을 맞이할 즈음 일은 손에 잡히지 않는다. 초반엔 그저 상사가 시키는 데로 회사가 지향하는 방향으로 따라가기 바빴다. 시간이 조금 흐르고 이 업종의 업무 싸이클을 몇 차례 겪고 나서는 생각의 변화가 생겼다. 열심히 일은 하되 내 스타일..

우리 시대의 영웅

다른 날보다 조금 일찍 퇴근하는 길이었다. 승객이 북적이는 전철을 타기 위해 세상 구경을 하며 걸어갔다. 힘겹게 전철에 탑승했고 노약자석 옆 통로에 기대어 나만의 사색을 즐기고 있었다. 본인 전화 : 지잉~지잉~ 본인 : 여보세요~ 아내 : 언제쯤 도착해? 본인 : 음... 30분 정도 남았는데 왜? 무슨 일 있어? 아내의 목소리가 평소와는 조금 다르게 들렸다. 첫째 : 아빠! 뚜껑이 너무 꽉 닫혀있어서 안 열려! 본인 : 어? 뚜껑이 안 열려? 무슨 뚜껑이? 아내 : 아니 애들 함박스테이크랑 피클이랑 같이 주려고 하는데 안 열려. 읍!! 그래서 못 주고 있어. 본인 : 알겠어. 일단 그냥 두고 있어 봐. 전철이 이 사실을 알아차렸다는 듯이 조금 빠르게 움직이는 것 같았다. 전철에서 내렸고 가족들이 나를..

일단가자! 나들이!

#1-작전 개시 한 통의 문자가 날아들었다. 쇼핑 결제 후 날아온 문자였다. 얼마 후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근무 중 걸려 오는 아내의 전화는 나를 긴장시킨다. 아내 : 자기 내일 피크닉 가려고 하는데 12시 반 어때? 본인 : 아 그 문자가 피크닉 가려고 장 본거야? 아내 : 어어 응^^. 내일 피크닉 갈 때 샌드위치랑 김밥 싸서 갈려고 재료 산거야. 본인 : 오우! 좋지 샌드위치. 아내 : 나들이 갈 만한데 찾다 보니까 유원지에 카페가 있는데 시니어카페라고 어르신들이 운영하시는 카 페래. 근데 거기서 나들이용 돗자리랑 소품 이렇게 몇 개 빌려주고 2시간 30분에 2만 5천 원이래. 아아 두 잔 까지 해서. 본인 : 나야 좋지 자기가 좀 힘들어서 그렇지. 그렇게 결정된 피크닉이었다. 그날 저녁 내가 설..